미국여행기 7 : 예술을 꿈꾸는 카우보이
오늘은 모처럼의 휴일이라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곳까지 놀러가기로 하였다.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는 조금 헷갈리는데 아마 왼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텍사스에서 의미있는 건물이라고 말했기 때문이 아닐까 2년이나 지난 지금에 추측을 해본다.
킴벌 아트 미술관.
사진을 찍는 것은 자유로웠지만 미술작품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조금 아쉽다. 지역구 미술관 같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가봤더니 나같이 미술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알법한 피카소 몬드리안 고흐같은 화가들의 그림이 많이 있었다. 물론 작품자체는 생소한 것들이 많았다. 때때로 우리는 작품 그 자체보다는 화가에 치중하기 때문일수도 있다.
작품의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약간의 기록벽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작품의 이름과 작가는 열심히 메모를 해왔다. 지금와서 재작년을 떠올리며 그림들을 올려본다.
Joshua reynold의 그림. 내 마음에 들어한 화가들은 다소 낯선 화가들이었다. 아마 멍멍이가 있는 그림이 귀여웠기에 적어두었던 것 같다.
Lawrence alma tadema라는 네덜란드 화가의 그림들도 퍽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일관되게 르네상스풍을 모방한 듯한 그림을 그렸는데 신화나 환상, 이야기에 나올법 한 인물들을 가져온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의 그림은 늘 꽃, 그리고 사람과 함께 표현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인간 그 자체를 찬미하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그림속의 사람들은 거의 항상 현실세계의 인물에 비해 눈부시게 느껴진다. 그림으로 미화되기 때문일까?
thomas lawrence가 그린 초상화. 인물의 표정이 굉장히 당차보였다. (지인은 공격적이지 않냐고 했다)
미술관 이야기가 나온김에 한가지 더. 킴벌 아트 미술관은 한 부호가 소유하고 있던 그림을 모아놓음으로써 탄생했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화가의 그림들과 수많은 조각, 도자기, 멋져보이는 유물들을 소유할 수 있는 재력이 있었다니!
더불어 미술관이 아닌 내 집의 한 가운데에 저런 미술품이나 조각들이 있었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보았다. 무척 럭셔리하고 고급지네. 그치만 청소할 때 꽤나 머리아프겠군.
로데오거리로 이동하는 중에 그림자를 한장. 여행가면 남들이 이런사진을 많이 찍는 것 같아 한번 찍어보았다.
한우를 생각했던건 아니었지만 소의 뿔들이 무척이나 화려했기에 놀랐다. 퍼레이드처럼 소가 행진했던 것을 빼면 아주 특별한 것은 없었고, 여기서 또 한번 한국 관광객들을 마주쳤다! 그래도 나름 명소였나보군.
한구석에서는 이렇게 카우보이 역할극을 하면서 할아버지들이 공연을 하고(총을 하늘에다가 뻥! 하고 쐈는데 정말 놀랐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리나라로 치면 버스킹이라고 부를 공연이 이루어졌다. 존레논의 렛잇비를 불렀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렛잇비가 굉장히 좋은 노래구나 느낄 정도로 훌륭했다.
참. 이 로데오 거리에서 먹었던 음식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일 유명한 곳이었는데 카우보이들이 전통적으로 먹었던 절이거나 구운 다양한 부위의 고기들을 제공하는 식당이었다. 말만들어도 굉장히 맛있을 것 같지만 정말 충격적으로 짰다. 너무 짠 음식을 보고 어른들이 소태같다'라고 표현한다고 하는데 뜻은 잘 모르지만 이런게 소태맛이 아닐까 생각했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이건 별로라고 느꼈던 요리였다. 의욕적으로 시켰던만큼 굉장히 많이 남았다.
실제로 이렇게 가축이 거래되는 시장도 근처에 있었다. 바닥에 편하게 퍼져있는 소들과 칠면조, 다양한 가축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어린 가축들을 신기하고 귀여워했고 동물들은 끙끙낑낑거리거나 노곤한 눈을 하고 잠들어 있었다.
카우보이쇼? 로데오?
로데오 경기장에서 쇼를 보러 왔다. 처음에 보이는 깃발은 텍사스 주의 깃발이었던 것 같다. 미국은 각 주별로 깃발이 있고 자치권도 특색도 굉장히 강한 것 같다. 우리나라도 스포츠 경기 전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던 것 같은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시작 전에 다들 기립해서 선서를 낭독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방인이었던 나도 눈치를 보면서 쭈뼜쭈뼜 일어났다.
장애물을 피해 얼마나 빨리 말이 달리는지 경기도 하고, 날뛰는 소 위에서 얼마나 버티는지 시합도하고. 출전 팀마다 기록을 경쟁하는 것 같았다. 승마를 가까이서 본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말들이 굉장히 영리하고도 멋져보였다. 괜히 승마가 고급스포츠 어쩌구 하는게 아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미 돌아오는 길은 늦은 밤시간이었고 남부의 날씨지만 역시나 겨울은 겨울. 차가운 한기가 옷속으로 스며들었다. 텍사스의 랜드마크 같은 구 모양의 타워가 빛나고 있었다.
잠들기 전에는 역시나 쥬멕스 한 캔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