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별 - 김훈
#1
오치균 : 나는 제도적인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아름다움은 일회성이다. 그러므로 진달래가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 그것을 바로 그려야 한다. 그날이 아니면 안 된다. 그런 태도가 사람들에게 이해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맹세코 나는 열심히 그리겠다. 나는 지겹도록 많은 그림을 그려왔다. 나는 그날그날의 성취감이 없으면 예술가로서 살 수가 없다.
#2
난 난중일기를 읽은 다음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젊은이의 아주 난폭한 생각이었겠죠.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 낭만주의 문학이라는 것은 매우 아름답고 원대한 이상을 표현한 문학이지만 이것이 인간의 현실 전체를 말하기에는 매우 빈약하구나. 한 반쪽 정도밖에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3
사람이 말을 하거나 언어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잘 쓱 세련된 수사학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과 사실을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말을 할 때, 글을 쓸 때, 내가 말하는 것이 사실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견을 말하는 것인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의견인지, 혹은 아무런 사실을 바탕에 두지 않고 그저 나의 욕망을 지껄이는 것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말을 하면, 이런 말들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에 기여할 수가 없습니다.
노량. 남해도 입구에 있는 이락사라는 이순신이 떨어진 것을 기린 사당이 있다고 한다. 나중에 여행을 가보기로 버킷리스트에 옮겨적었다. 근교로의 산책, 여행의 기분을 내기에 정말 좋은 글이었고, 다시 한 번 사치스럽게도 그림을 사모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