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랜드캐년에 도착해서 안내관에 들어가면서 찍은 가이드맵. 시네마 상영관 형식으로 해서 그랜드캐년의 역사와 지리와 문화예술적가치 하면서 쭉 동영상이 나오는데 영화관 시설도 꽤 좋았고 영상도 흥미있어서 재미있게 보았다. 역시나 함께 간 현지인들은 별 관심이 없었지만(국립중앙박물관 같은데서 영상으로 설명을 하면 아무 감흥없이 멍때리는 내가 생각났다) 




대충 이런모습이다. 재미있는 것은 함께 갔던 집주인은 그랜드캐년의 인근 지역에서 내내 살아왔던 현지인이었는데도 한번도 와본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역시나. 흔하게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보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더 서울을 모른다'라는 말을 하는데 맞는 것 같다. 당장 나는 내 집주변만 해도 누가 거기 xx맛집이 있는데? 그러면 오잉? 으엥? 하는 일이 많다. 



특별히 광할한 풍경에 취해서 탄성이 나오거나 장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멋졌고, 따사로웠던 날씨에서 벗어나서 순식간에 겨울을 느낄 정도로 추웠고 훌쩍 코를 들이마시고 싶었다.



나중에 박군의 말을 들어보니 그랜드캐년의 지류를 따라서 래프팅을 한참 해나가면 묵을 수 있는 숙소와 폭포가 몇개쯤 나오는데 그곳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사실 아래로 내려가보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려갔다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기에 가지 않았다. 누가 방구석 룸펜 아니랄까봐.




왜 찍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눈에 비친 그림자를 찍어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랜드 캐년에도 그림자가 드리울테니 말이다. 

생각보다 저 아래로 이어지는 바닥에 닿기 위해서는 엄청난 깊이가 필요했고, 위에서 아래를 멀리 부감하다보니 그것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지층의 색이 녹색, 주황색으로 잘 만든 모형같은 이질감을 주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상식적으로 보아온 자연경관과 규모의 괴리감이 컸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 겸, 슈퍼에 들렸을 때 역시나 신기해서 한장 찍어봤다. 왠지 영화에서 보면 이런 고속도로 슈퍼마켓에서 꼭 사건이 시작되던데...주유하는 차는 우리 밖에 없었고 슈퍼도 사람이 거의 없이 한적했다.



4시쯤이었는데, 저녁을 먹으러 왔다. 그랜드캐년에 가기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서 브리또를 사왔길래 먹고(나는 특별히 사이즈업된 엄청나게 큰걸 받았다) 후식으로 도넛을 먹길래 배가 불렀지만 한개정도 맛만 보고, 몇시간도 안되어서 맥도날드에서 버거를 먹고(미국빅맥은 우리나라 빅맥보다 좀 더 크다), 몇 시간 안지나서 저녁을 먹으러 왔다. 


거의 빅맥을 먹을 때 한계였는데 또 피자를 먹으니까 꾸역꾸역 먹어지더라. 생각보다 많이는 못먹었지만. 내가 입맛이 없어하는 줄 알 것 같아서 아주 미안했다. 미안한데 너무 배불러서 그랬어요. 집에가서 있다가 자기 전에 이불킥하면서 더 먹을걸!하는 내가 그려졌다.



집으로 가는 길. 이국땅에서의 석양도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미국은 번화가인 다운타운이 아니면 고층건물이 없다. 특히나 애리조나는 그렇게 큰 주가 아니고 그랜드캐년 부근에 특별히 도심이 형성될 일이 없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다음날의 아침. 실력좋은 집주인이 베이컨과 해쉬브라운 스크램블을 했고, 빵과 샐러드 과일을 섞어서 먹었는데 정말정말정말 맛있었다. 해쉬브라운이 맥도날드나 냉동류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감자와 야채들을 감자와 잘 볶아내어서 만든 모양새로 나왔는데 진짜 충격적이게 맛있었다. 미국에서의 감상은 거의 신기했다. 맛있었다. 이 두가지가 대부분이군 그래?



오늘은 교환학생 박군을 만나서 놀기로 했기에 차를 타고 대학가쪽으로 이동했다. 이 사진은 송전탑이 많이 보이길래 찍은게 아닌가 싶다. 전신주가 나무느낌으로 된 것이 신기해서 찍었을 수도 있고. 나는 삐쭉삐쭉 도심스럽게 솟아오른 흉물스러운 구조물들을 생각보다 좋아하니 말이다. 



박군이 다니던 대학교 내의 풍경. 방학 중에서도 아마 이날이 주말이었던 것 같다. 넓디넓은 학교 내에 사람이 드문드문 정말 한적했고, 길게 늘어선 나무들은 열대의 느낌이 났다. 



학교 내에 스타벅스만 4개였나 5개였나가 있다고 했었는데 그 중 한군데에서 시켰던 과일주스. 거기까지 가서 시켜마시는게 이거? 싶겠지만 나는 원래 커피를 그렇게 즐기지 않아서 늘 독특한걸 고르게 된다. 무난하게 시원하게 맛있어서 갈증이 해소 되었고, 간만에 한국어로 얘기했던 것 같다.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학생들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시선이 쏠릴 수 있다는 생각을 아주 안한 것은 아니지만(1초정도 했을 것 같다), 그냥 껄렁껄렁 다니는 중국유학생 정도로 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까, 나는 여행사진을 잘 못찍는다. 풍경이나 사물말고 내가 나오는 인물사진 말이다. 여행 때 멋지게 차려입고 가서 분위기에 그럴 듯하게 사진을 찍어오는 사람들이 그래서 늘 부럽고 신기하다. 



아시아계 유학생이 그래도 있긴한건지, 아니면 그냥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어느정도 유행이었던 것인지 아시아계 음식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갔다. 불고기, 비빔밥 같은 것들이 한글로도 쓰여 있었고 맛은...묘했다. 네맛도 내맛도 아니라고 말하는 그런정도? 



박군과 등산을 했다. 한국에서 등산하는 일이 일년에 한번 있을까말까한데 미국에서 등산이라니 미쳤다고 생각했다. 고도가 높은 산은 아니고 대학교 뒷산정도의 높이였는데 가보니까 통신탑 같은게 있었다. 특이한 점은 애리조나가 사막도시였기에 그랬는지 산도 수목으로 이뤄진게 아니라 돌과 모래와 선인장과 키 낮은 잡목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오니 먼 풍경이 들어와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박군이 다녔던 대학교 풍경. 어마어마하게 컸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의 국립대들이 크고, 서울권내에서는 서울대가 산을 감싸고 있어서 큰 편인데 그런 학교들이 몇개는 들어갈만한 크기였을거다. 


땅이 넓어서 그렇다는 설명으로는 다소 부족하지만 확실히 미국은 미국만의 자유로운 공기가 있다. 강대국으로서의 도량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석연치 않고, 선진국으로서의 여유라고 하기에도 미묘하게 어긋나는 것 같지만 어쨌든, 그런 미국의 공기가 나름대로 좋게 다가왔다.



지상철...로컬버스...모르겠다. 아무튼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이걸 탔다. 표를 뽑고. (아하! 여행갔던 때가 저때쯤이었군)



이런 모노레일차를 타고 가면 도착한다. 아. 이 모노레일안에서 이국적인데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외모의 외국인을 처음으로 봤다. 보통 외국영화를 보면 미의 기준이 서양중심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 가보면 외국인들도 다양하게 각양각색의 얼굴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름답다'고 하는 얼굴이 꼭 그네들 기준에서 아름다움의 대표로 표방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옆으로 잠시 빠져보면 국내의 미적 기준이야말로 과도한 광고나 영상으로 인해서 획일화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형외과가 흥하는 것보다, 성형광고가 버젓이 지하철에 대규모로 광고하는 세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하는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모노레일 안에서 마주쳤던 아름다운 이국사람을 익숙해진 미적기준으로 멋대로 재단했던 것이아닐까 생각되기는 한다. 어쨌든, 이목구비의 또렷함이나 조화를 빼놓더라도 눈색 만큼은 정말 아름다웠다. 



다운타운. 다운타운인데 한가하다. 여기서 박군과 웬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맛은 무난했고...역시나 팁을 주었던 게 기억난다. 미국의 팁 문화는 상당히 재미있는 면이 있는데 나중에 여행을 하면서 들은게 있으니까 그 때의 사진이 나오면 적어야겠다.



과학관에 갔다. 유명한 과학센터도 아니라 관광지로는 아마 찾아오는 사람이 없을만한 곳인데 순전히 내가 이과생이었고 과학관을 뛰놀면서 자랐던 어린 기억에 끌려서 가게되었던 것 같다. 시간도 때우면서 구경하기에도 참 나쁘지 않아보이니까. 


시설들은 우리나라의 과학관보다 조금 더 좋았고(최근에 과학관을 안가봐서 모르겠다. 내 기억 속 과학관은 상당히 후줄근하다), 설명은 말도 안되게 친절하고 쉽게 써져있었다. 내용적 깊이는 거의 대학수준인데 유아들도(내 영어수준) 알아들을 정도의 설명으로 쓰여 있었다. 세상에나. 경탄했다. 


꼬꼬마 외국인들이 뛰어다니는 한가운데서 반오십도 넘긴 나와 박군이 뇌파로 구슬을 미는 게임을 했다. 솔직히 그렇게 단순한 장비로 뇌파측정을 하게 만든 것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재밌었다. 해리포터에 보면 4권이었나 불의잔에서 볼x모x씨하고 해리포터 지팡이가 연결되서 구슬을 밀어내는 싸움 비슷한걸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생각났다. (내가 쓸데없는 기억력이 좋기도 하고 해리포터의 팬이었던 어린시절이 있어서 해당 내용이 어어어엄청 자세하게 다 기억나지만 대충 설명했다)


우스운건 내가 구슬을 쏘아보면서 집중할 때에는 오히려 밀리다가 엉뚱한데를 보면서 딴생각을 하니까 구슬이 밀어졌다는거다. 이건 측정이 제대로 된거면 오히려 상당히 웃긴게 되는데. 아니면 뇌과학적으로 신기한 부분이거나. 



픽업을 하기 위해서 온다길래 GPS를 찍어서 보내줬던 과학관의 위치. 지금 보니까 로손 박물관도 있는데 가볼걸 그랬다. 



마지막은 파노라마로 찍은 그랜드캐년. 핸드폰 사진의 파노라마기능을 처음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