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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사진을 찍는 것에 조금 안일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비슷한 일상을 계속하면서 여행이 지지부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 특유의 룸펜기질이 나를 밖으로 나가지 않게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를 맡아 돌보았던 지인들의 입장에서는 극동에서 날라온 지극히도 shy한 학생으로 보였음에 틀림이 없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이 가장 아쉽다. 더 부딫치고 더 굴러볼걸. 어차피 기억의 과정에 미화가 포함된다면 말이다.
지중해식? 터키식?
그 중간쯤되는 어느 지역의 해산물과 채소가 빵과 어우러지는 식당. 상당히 까다로운 입맛을 가지고 있는 지인중의 한 사람도 인정하는 식당이라고 했다. 아쉽게도 역시나 식당의 상호명은 알지 못한다. 뷔페식이었기에 굉장히 훌륭하게 여러번 가져다 먹었고 신선하면서도 올리브가 넘치는 맛이 좋았다. 고대 신화 속의 쾌락주의자가 된 기분이었다.
다음날의 오전은 소세지를 버너에 굽고 살사소스를 끼얹어 먹었다. 나쵸와 함께. 첨언하는데 미국의 소세지는 한국의 소세지를 분질러버릴만큼 맛있다. 이것은 국내의 코스트코나 미군부대쪽에 있는 미국식 핫도그만 먹어보아도 확실히 알 수 있다.(그렇다고 국내의 그 밀가루 텁텁한 핫도그가 또 맛없다는건 아니다)
정원에서 나무나 채소를 가꾸고, 직접 잘 개발된 재활용 통을 활용해서 2차, 3차로 분해를 시켜 퇴비를 만들고 봄이 찾아와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불판을 가져다가 한국식 불고기를 먹거나 야외에서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원이 있으면 좋은 점보다도 손이 많이 갈 것 같은 환상에도 불구하고 지인의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여행을 기념할 겸 나무를 접목했다. 그린애플 품종과 레드애플 품종의 나무를 접목해서 아마 몇 년쯤 지난뒤에는 두 색깔의 사과가 섞여 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나무를 보면서 내가 왔던 것을 떠올리지 않을까! 하는 추억어린 이야기를 했다. 2년쯤 지난 얼마전에 사진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란 참으로 사막의 대상들과 함께오는 낙타같은 느낌이다.
미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저녁. 이번에도 뷔페?!
무난한 미국식의 뷔페였고 그저 열심히 먹었다. 사진에 재능이 없는데 치킨이 역시나 무척 맛있었어서 헉소리가 나왔다. 마지막 날은 마지막답게 텍사스버거라는 곳에서 햄버거도 먹었는데 버거킹의 2배 정도로 맛있었어서 역시나 미국의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햄버거를 먹어도 한국보다는 맛있어! 라는 편견이 생겼다.
마지막 비행은 경유였기 떄문에 나는 자정부터 새벽 가까운 시간까지 공항에서 혼자 몸을 뉘우고 시간을 보냈다. 배가 굉장히 고팠을텐데 아무 것도 먹지 않았던 것인지 조금 헷갈린다. 아마...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 일식집스러운 곳에서 우동을 시켜먹었던 것 같다. 타국에서의 우동맛은 의외로 생소했고, 나는 결린 몸과 찌푸린 눈을 한채 우동을 뜨면서 지나온 미국에서의 여행을 떠올렸다.
처음에 지인과 마주해 악수를 할 때 내가 그의 커다란 손을 가벼이 쥐자 그는 미국식의 악수는 손을 힘껏 잡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야간비행의 센치한 느낌도 매일 밤 느꼈던 건조하고도 차가운 미국의 밤공기도 탁 트인 널찍한 자리도 그리워졌다. 아마 이대로 돌아가 20년쯤, 어쩌면 200년쯤 이 여행을 그리워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운 미국을 떠나, 그리운 고국으로.
나는 악수를 청하곤 그의 손을 힘껏 맞잡고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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