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비가 흐드러지게 떨어지자 비옷을 입고 일기장을 펼치며 집 밖을 나섰다. 커다란 우산까지 챙겨쓰고 비에 젖을 준비만반으로 빗속에 있을 때 늘 하는 고민이 있다. 이어폰으로 귀를 덮어 음악을 들을까, 귀를 열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을까. 최치원은 듣기 싫은 속세의 시비성을 굽이치는 물소리로 틀어막고 가야산 안에서 자신만의 구름 위 삶을 택했다.
고르려고 하면 비가 내리지 않아도 나를 젖게 만들어 줄 음악을 열 손가락 가득 고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계절과 날씨까지 고려했을 때 마주하기 어려운 비 내리는 수목원 속의 물소리를 두고 음악을 틀어 고막을 막는 것은 외려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최치원스럽게 말하자면 내가 고르는 음악들이야말로 시비성이 되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순간은 매 순간이 스치듯 다가왔다 지나간다. 혼자만의 산책을 즐기다보면 아름다운 장면을 많이 본다. 길가에 피어난 꽃, 갑자기 날아든 참새,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엉뚱하고도 웃음나오는 장면들. 몇 번쯤 사진을 찍기 위해 부지런히 핸드폰의 카메라를 들이대어 봤지만 썩 마음에 들게 나오지 않았고 이내 싫증에 내팽개치고 말았다.
#2
이 방은 정원의 정원을 조절할 수 있어요.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하는 사람의 것에 대한 훌륭한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보다 더 쉬운 것이 있어요. 나는 책을 읽고 싶어. 마음-잠 잘 때, 경기할 때, 잠 잘 때, 잠 잘 때마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꽃은 밖으로 나올 때마다 깊은 잠을 잔다.
독수리 자리(독수리 자리)
거기에는 작은 꽃이 핀다. 그것은 그 뼈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작고 피상적인 성과는 탁월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 위에 카페가 있다.
저는 그냥 제 자신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어요. 평소에 먹던 것과 다른 것들이 있는데요. 마음에 두고 보면 알 수 있다.
직장인들 때문에 마음에 드는 일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것들이 있어요. 훌륭한 선물들은 회사의 이름을 불러 주고,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또 읽어 줍니다. 마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 날씨, 날씨입니다. 어..그냥 먹고 살고 있어요. 그래서 그냥 음악에 맞춰서. 맑은 날은 맑은 날이 되기도 하고 어두운 날이 되기도 한다.
한국인의 고향은 바로 그 날 밤에 태어났어요.
#3
예술사조적으로 나의 대학생 후반기는 표현주의의 시대였다. 무엇인가를 표출해낸다는 느낌의 Expressionism 단어를 떠올려도 좋은 설명이고 순간 순간을 담아내고 강조한 인상주의Impressionism와 반대되는 의미라고 생각해도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비유적으로는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옮겨가는 긴 사다리에서 추상의 근처 몇 계단 쯤 아래에 발을 올린게 나의 학생 시기였을 것이다.
나는 난해함, 추상을 상당히 싫어한다. 그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표현도 추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들여다보니 표현은 추상과는 조금 달랐다. (혹은 이것도 하나의 추상으로 내가 나를 기만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표현주의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틀을 모조리 깨버린 것과 같았다. 나는 표현을 뒤집어 쓸 때면 늘 태초의 인간을 상상한다. 소리는 낼 수 있지만 언어라고는 없는, 몸을 움직일 수 있지만 춤이라고 부를 것은 없는, 선을 그릴 수는 있지만 그림이라고는 가져본 적이 없는 태초의 사람들.
#4
그런 세상에 홀로 우비를 뒤집어쓰고 우산을 집어든 채 떠내려왔다면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무얼 말하고, 가리키고, 나타내는지 알기 어려울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의 틀도 깨버리고 그들의 눈을 들여다본다면 태초의 사람이 무엇을 그렇게나 두려워하고, 초조해하면서, 고개를 저어가며 팔벌려 허공에 무언가를 그리려고 하는지를 알게될지도 모른다.
혹은 그가 보내고자 하는 뜻을 알아듣지 못해도 나는 그런 동작, 소리, 선들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느낄 것임이 분명하다. 서로의 이해를 위해 현대가 합성해 낸 틀을 모조리 분해해버리고 남은 내용물은 연금술사가 믿던 헛된 보석과도 같을 것이기에.
그래서 표현주의의 몸짓을 보고있자면 감탄이 나온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도 없고, 나만의 해석을 통해 알아내고 싶지도 않지만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렇게 울림있게 와닿을 수 없다.
#5
사람이 하는 일에서 감탄을 받는 것도 그와 같을지 모른다. 우리는 일의 원숙함, 매끄러움을 보고 탄성을 지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의 움직임 안에 들어있는 아무런 생각없는 원초적인 관성을 보고있는지도 모른다.
논문과 원서를 읽기 위해 영어를 번역하다가 사람말을 잘 따라한다는 앵무새 번역기를 돌렸더니 한글을 다시 영어로 인식하고 번역해주었다. 별안간 튀어나온 문장이 말도 안되게 아름답다고 느꼈다. 어느 정신이상자의 시 같기도 하고(이상을 무시했던 것이 무척이나 미안했다) 주인 잃은 활자가 허공에 떠도는 것 같기도 했다.
사과한다. 역시 언어의 틀을 이용해 표현하려고 하니 말이 하나하나 어렵고 난해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글로도, 사진으로도 담고 옮길 수 없는 순간의 것들이 가장 아름답다.
'자판의속삭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과3학년 2학기 순환기내과 : 도전과 젊음 (0) | 2018.08.30 |
---|---|
본과3학년 1학기 산부인과2 :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0) | 2018.06.24 |
본과3학년 1학기 소아청소년과2 : 가면무도회 (0) | 2018.05.07 |
본과3학년 1학기 소아청소년과1 : 드라마 (2) | 2018.04.22 |
본과3학년 1학기 정신건강의학과2 : 마음의 창 (0) | 2018.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