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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과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잠시 고민할 것이다. 공부가 어렵고, 인간관계를 포함한 학교생활이 어렵다. 허나 그 두가지 중에 어느 것이 더 어려운 것인지는 쉽사리 판단내릴 수 없는 것 같다. 학기 초에는 당연히 공부가 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성적은 서서히 고정되어가는 반면에 인간관계가 무르익거나, 곪아 터져나오거나 하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많은 고민을 가져다주게 된다.
나는 본디 인간은 이타적이고 선하다는 것을 믿는다. 하지만 본과 생활을 하면서 매 순간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행복이나 편안함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과연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함을 지킬 수 있을까? 역사적인 심리학 실험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이기심이 충족되고서야 이타적일 수 있다.
#2
걱정했던 인간관계의 일이 터졌다. 따지고보면 적시에 터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 긴 배움과 실습, 수련기간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서로 화목하게 하하호호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안일한 생각이었다. 나는 좀더 노력했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 싸우지 않을 수 있게 미리미리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대화를 하고 한 명 한 명의 속마음을 조금씩 터놓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조차 어느순간 이 학교생활에 지쳤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구제하고 타인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보기 좋은 위선이었다. 내가 성인이었다면 나를 보다 더 내던져 버리고 타인을 구제했어야 했다. 허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3
뒤늦게나마 서로 감정이 상한 사람들을 오가며 양쪽의 얘기를 들으면서 느꼈던 점은 결국 사람들은 많은 오해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의 일이 가장 힘들고, 가장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른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힘듦은 쉽게 잊고 자신의 고통에 가장 민감하기에 이기적이다.
실제로 이기적으로 보여지는 사람들도 있다. 겉으로는 모두를 위해 애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 허나 나도 그러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따져보면 그 사람들도 사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내가 모르는 노력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오해와 이기심으로 밀도높은 인간관계에 숨이 막힌다. 아직도 나는 나 스스로를 닦는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뒤늦은 수습이었겠지만 나는 그래도 우리들이 다시금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가까워지고도 개인의 영역을 존중해주는 온전한 정신감의 단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언제쯤이면 나의 이상론은 현실이 될까. 아니면 언제쯤이면 내 눈의 안경을 깨트리고 내가 현실적이 될까.
#4
동아리 선배들의 1학년 생활을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얘기들을 하고 있으면 가끔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이 사람도 과거에 상처를 받았구나. 가지고 있던 이상이 꺾였구나.
그래서 선배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적어도 이타성을 표방하고 있는 내가 인간관계에서 지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나의 위선이 가면을 뚫고 밖으로 비집어나와 완전히 삐뚤어진 인간이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나는 다시 지쳤어도 글을 쓰기로 했다. 나의 본질은 쓰는데에 있다고 느꼈고, 내가 나를 버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기심을 깎아내고 오해를 건너 타인을 보다 올바르게 이해하여 마음이 공명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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