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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 PC방에서 있었던 벌어진 사건이 사회적인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강서구에서 벌어진 사건은 응급차를 가장 가까운 대형병원인 이대병원으로 향하게했고, 세상의 일은 정말 어떻게 풀리는지 알 수 없게 남궁인 선생님이 해당 환자를 응급실에서 받았다. 사건시간이 저녁이 아니었다면 아마 당신의 근무중에 환자가 응급으로 들어왔음이 분명하다.
선생님은 피해자에 대한 글을 썼고, 어쨌거나 청와대의 심신미약자에 대한 국민청원은 역대 최고의 청원수를 기록했다.
조현병 환자들의 법치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이 지긋한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나는 무척이나 심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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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선생님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아마 군의관들의 논산 훈련소에 대한 재미지게 풀어낸 썰을 읽고 난 다음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가 내 학창시절 학교 인근의 해방촌에 사는 엉뚱하고도 다소 몽상가적인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재미있고 감상적인 글을 잘 쓰는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본과 2학년 시절 학교의 도서관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서를 구경하다가 두꺼운 원서들 사이에 자리잡은 그를 보았고 책을 열어 첫 줄을 읽고, 블랙홀 속으로 뛰어들어가며 알아차렸다. 커다란 우주의 조각난 차원들 틈새로 뿔뿔이 흩어져 서로의 겉모습을 가면으로 숨기고 살아가는 오늘의 수많은 별 가운데서 나는 그를 아주 손쉽게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나와 비슷한 밝기를, 비슷한 빛을 가진 별이다. 그는 절벽 앞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의 동류였다.
이과를 전공했다고 보기에, 의학을 하는 사람이라고 보기에 터무니없을 정도로 치우친 감성, 위태로운 흔들거림, 미묘한 자기혐오까지.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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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건과 더불어 화제가 된 글을 읽었을 때에도 나는 가슴 한켠에서 위태로움이 불러일으킨 떨림을 누르기 어려웠다. 의료법 자체에 있어서 환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문제나, 지나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했다는 이슈는 나에겐 아무래도 좋았다.
지나치게 감성적이었다. 글을 읽는 사람은 마치 응급실로 뛰어가 입안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차마 마주하기 어려운 현실을 절망적인 최선으로 받아가, 결국엔 그와 함께 무너져내리고 말 것이 분명했다.
그의 회고가 아니어도 충분히 여론은 사건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글이 미칠 파장은 분명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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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을 통한 현실참여와 상아탑 속의 펜대는 아마 글쓰기라는 것이 인간의 활동으로 자리잡은 뒤로 늘 있어왔던 고민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사회적인 글에 다소 혐오를 표현한다. 내가 속해있는 환경이 극단적으로 사회와 떼어놀 수 없는 환경이고, 나도 때때로 그들의 이야기를 빌려와 비겁하게 인용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바라보는 것, 관심있는 것은 나 자신을 조아리고 글을 내리치고, 삶을 다듬어서 단단하게 의미모를 것으로 만들어가는 일이었다.
박군을 비롯한 수많은 동기들이 나의 의견에 난색을 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익히 내가 입에 달고 있는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은 사실 고스란히 그것만을 위한 변명이기도 했다. 포환이 날아다녀 결국 나의 목에 칼이 들어오는 순간이 있어도 나는 장미꽃의 가시에 찔려 파상풍에 걸려 죽는 작가를 아름답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딜레당트적인 인간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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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작은 집단에서 학생기자로 활동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사회적인 글을 써내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며, 데스크의 논조는 차치하더라도 나만의 정치사회적인 기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척 힘들고 버거운 일이라고 처음 느꼈다. 그래서 오늘의 글을 쓰는 지금도 자판을 필요 이상으로 꾹꾹 눌러담고 있다.
일본어 전단지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파생된 '찌라시'. 그런 찌라시로 취급되는 잡지, 신문들도 각자의 기조는 분명히 있다. 그것이 속 비어 있는 깡통 캔이 굴러다닐 한 겨울의 문 앞을 다루고 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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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꼭 1학기의 이맘때 정신건강의학과 실습기간에, 시인 이상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했던 적이 있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듯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던 남자. 가정으로도 사회로도 들어가지 못하고 후대에 이르러서 비굴한 영예처럼 천재라는 마침표를 거머쥘 수 있었던 남자.
남에게 날린 화살은 대부분 신기하게도 태양을 건너면 다시 나에게로 햇살과도 같이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그 혐오 뒤에 있었던 측은함 역시 나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지만.
나의 글은 수첩의 몽롱한 환상을 벗어날 수도 없고, 벗어나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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