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역시 시험이 끝난 뒤의 주말은 좋다. 잠을 마음껏 자도 아무런 불안감이 없고 어슬렁 어슬렁 동네를 기어다니면서 하품을 해도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지 않아도 된다. 오전에 목욕재개하는 마음으로 손톱을 잘랐는데, 곁에 펴둔 폭설을 예상하는 신문지에 '보길도' 얘기가 나와서 잠깐 뱃전에 나앉은 상상을 했다. 나는 퍽이나 지국총지국총하는 망중한의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다만 매일같이 빈둥거리는 망중한의 시간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매일 무위도식하고 시서예를 즐기고 자연을 벗삼아...글쎄.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몇 달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인생을 살면서 정말 첫번째로 손가락에 꼽을만한 순도높은 긴 자유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노는 생활도 계속하면 단조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0.어...왜 갑자기 3주차나 건너 뛴 시점에 글을 되짚어 쓰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시험을 몇 번 보았기 때문에 날짜가 좀 많이 지났다. 글을 쓸 시간이 없지는 않았는데, 아쉽게도 컴퓨터를 쓸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근 십 년만에 펜을 사서 노트에 글을 적어보았는데,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것 같았다. 그래도 한페이지씩 쭉쭉 생각은 이어져서 나름 즐거웠다. 눈이 아프더라 눈이.물론 거기에 적은 글을 다시 타이핑 하는 것은 귀찮아서 넘긴다. 자판과 펜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1. 시험기간에 대비해서 통학거리가 멀고 자취도 하지 않는 나는 고시원을 단기간으로 며칠만 이용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생각보다 힘들다면 힘들고 지낼만하다면 지낼만 하다는 것을 느꼈다. 역시 ..
#1. 살이찐다.살이 진짜로 숨풍숨풍찌고 있다. 숨풍숨풍이라는 표현은 밥만 풍풍 퍼먹고 숨만 숨숨 내쉬면서 살이 찐다는 의성어 같아서 조금 귀엽다. 역대로 살면서 가장 최고치 몸무게를 갱신해나가고 있다. 본과만세! 비결은 역시 먹고 앉아서 공부하고 다시 먹기. 으잉? 근데 그건 전에도 계속 해왔던건데. 무엇이 다른 것인지는 명확하게 모르겠다. 9시부터 6시까지 시간에 갇혀서 장시간 강의를 듣기 때문인지, 머리 독 위로 쏟아지는 방대한 지식의 양 때문인지, 공부와 시험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좋은 일이라면 좋은 일인데, 공부로 인해서 살이 빠졌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찌고 있어서 걱정이다. 사실 배에 복근...은 아니고 지방이 없어서 표면에 위치한 배곧은근이 보였는데(rectus abdom..
#1. 지난주에는 삼일절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의대는 특이하게도 1년치 일정이 생각보다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모두 짜여서 연초에 나온다. 근데 이 계획표를 쭉 넘기다보면 재미있는 것이 드문드문이나마 공휴일이나 자잘한 휴일들이 끼어있다는 부분이다. 국회의원선거나 개교기념일이나. 정치에 호냐 불호냐를 논하라면 당연히 불호지만 투표율 올리려는 국회에 감사를. 학교를 세우신 설립자에게 경의를. 근데 이렇게 날짜 밀리면 다 나중에 메우게 되어있는게 아니었나?동기중에 하나가 그거 자살안하게 하려고 드문드문 휴일을 끼워놓으거라고 우스개소리로 말했는데 참 와닿았다. #2.공부가 부아아앙 밀리기 시작한다. 지금 자야 내일 좀 세이브할 수 있을텐데. 그리고 교수님들이 과제도 내주신다. 우아앙. 과제와 팀플을 혐오하..
#1.골학기간의 피로가 다 안풀려서 여전히 좀 피곤했다. 정말 잠을 못자고 아침에 일찍일어나면 으아아아악! 하고 몸이 비명을 지르는 감각이 드는데 그정도는 아니었다. 할만했다. 갈만했다. 통학이라서 의대생들에게는 다소 경악스러운 거리를 지하철을 타고 멀뚱거리면서 가서 문제였지. 일찍 잠들고 싶었는데 과행사에 수업에 기본적으로 생활 패턴이 저녁시간대로 밀리는지라 쉽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앉아서 갈 수 있는 경로가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항로를 발견하지 못한 선장의 절망적인 기분이다. #2.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과생활과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 강조를 많이 했는데 아직까지는 그렇게 특별한 어려움이나 각별한 애착은 못느끼겠는 정도다. 다들 좋은 사람이었고 무난한 자리였다. 낯설지만 역시 한 ..
일주일간 골학을 진행했다. 해부학의 뼈-근육에 해당되는 부분을 미리 오리엔테이션 수준에서 배워보는 시간과 의대 내의 독특한 학업 분위기나 특성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1.우선 잠을 극한수준으로 짧게 잤는데(수련의에 비하면 그것도 극한은 아니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멀쩡한데에 놀랐다. 나는 수면이 7시간 밑으로 떨어지면 생명유지가 안될거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1,2시간씩 자고도 정말 닥치면 굴러가는 내 몸이 신기했다. 물론 그래놓고 하루 꼬박 쉬었을 때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에 다시 한 번 놀랐지만.외국에 나간 것도 아닌데 시차가 생겨서 밤낮이 혼동되기 시작했다. 분명 나와보니 밤이었는데 왠지 오전 같은 착가을 했던 날도 있다. 아침인줄 알았던 머리는 개운했지만 몸은 피곤했다. #2.사람간에 가장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