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환상수첩

프로필사진
  • 글쓰기
  • 관리
  • 태그
  • 방명록
  • RSS

환상수첩

검색하기 폼
  • 분류 전체보기 (102)
    • 자판의속삭임 (83)
    • 안개의방랑자 (16)
    • 일화기억의학 (3)
  • 방명록

자판의속삭임 (83)
로컬생활 4분기 : 안식년

#1 어째서 또 1분기를 건너뛰고 4분기로? 하고 의문을 품게 된다. 몇 번 글을 임시 저장하고 쓰고를 반복했는데 이전만큼 씹을만한 감성이 영 나오지 않아서 갱신을 하지 않고 미적거렸던 것이 어느새 1년이었다. 예술가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창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서랍 속에서 나오지 못한 원고, 악보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람의 인생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여행과 같은 생생한 경험이거나 독서를 통한 몰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독서도, 여행도 올해는 영 미덥지 못했다. 코로나의 탓일 수도 있고 삶의 긴 과정 속에서 반쪽을 찾아가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로컬생활은 돌이켜보면 다시없을 만큼 여유로웠고 행복했다. 유대인들은 매 7년마다 안식년을 가지는데,..

자판의속삭임 2021. 12. 9. 22:11
로컬생활 1분기 : 센티멘털리즘5

#1 인턴에서 빠져나온 로컬의 생활은 생각보다 바쁘게 흘러갔다. 당직이 없어진 것에 안도를 하며 월수목금토 챗바퀴를 돌렸다. 의외로 로컬 병원의 근무시간은 9 to 6보다는 열악하기에 근무시간 대비 노동강도로치면 만만치가 않았다. 환자의 큰 뭉텅이를 차지하는 직장인들이 보통 근무시간에 병의원에 오기가 어려우니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측에서 운영시간을 늘려놓는 수밖에.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이게 늦출근 늦퇴근을 만드는 셈이었는데, 저녁이 있는 삶이 여전히 먼발치에 놓인 무지개처럼 매혹적으로 보였다. 9 to 6의 근무시간을 앞으로, 혹은 뒤로 조정할 수 있다면 나는 어김없이 새벽6시부터 일해서 오후 3시에 퇴근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직장인 친구들은 뒤로 시간을 옮기는게 보통이며 앞..

자판의속삭임 2021. 8. 7. 00:21
인턴 열두번째 턴 파견병원 응급의학과 : 인턴을 마치며

#1 2월달 인턴의 끝은 조용하게 시작해서 조용하게 끝났다. 떠들썩한 본원의 당직실과 숙소를 뒤로 한 채 지방의 파견병원에서 마무리를 하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떠날으로 조용히 사라지겠다면서 다른 지방 파견병원으로 내려간 어느 동기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한적한 응급실의 밤은 길었고 응급구조사 선생님들도, 간호사 선생님들도 모두 젊고 기운넘쳤다. 밤을 꼬박 새고 이른 아침에 오프를 받아 나가면서 술한잔을 하러 식당으로 향하는 그들의 걸음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인턴을 하면서 체력이 많이 상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술기를 하면서 수시로 허리를 굽혔다 피는 것이 힘들었고 한동안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고 원래도 밝았던 잠귀는 날카로워져서 새벽마다 뒤척이..

자판의속삭임 2021. 5. 6. 22:13
인턴 열한번째 턴 신경외과 : 말턴과 떨턴

#1 인턴이 다 지나간 지금에 와서 지나간 시절을 회고하는 것은 내 장점이자 단점인 되새김질의 습관 때문이며 칼을 뽑았을 때 휘둘러 무라도 썰어보고 싶어 하는 성격 탓이기도 하다. 분명히 인턴 시절은 힘들었지만 빠르게 미화되어 그래도 즐거운 순간이 많았다고 회고하듯 그런 행복한 기억의 순간을 붙잡아 자판 위에 찍어놓고 싶다. 기억은 순간에 가까우며 휘발되어 날아가면 오 년, 십 년 안에 사르르 녹아버려 사라지고 말기에. 가능하면 행복하고도 진지하며 찌질했던 에피소드들을 하나하나 나열하여 나만의 추억으로 만들 수 있기를. 행복은 시간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 신경외과는 조직폭력배과, 정형외과와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수술과이다. 수술의 모양새는 정형외과와 영 다르긴 하지만 미묘하게 두 과를 늘 대조한..

자판의속삭임 2021. 5. 1. 11:02
인턴 열번째 턴 파견병원 정형외과 : 말턴과 말리그

#1 또 정형이었다 정형...모든 파트를 커버하지 못해서 단편적으로만 보았지만 나의 인턴생활은 정형과 인연도 깊고 악연도 깊었다. 기차에서 내려 파견병원의 소도시에 도착했는데 코에서 인공관절에 쓰는 시멘트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괜히 킁킁거렸다. 4월 초, 아직 쌀쌀한 봄내음을 맡으면서 도착했던 그 병원에 다시 도착했고, 이제는 그때와 입장이 다른 완전한 말턴이었다. 조금 오만한 마음도 있었다. 멘탈은 귀찮음과 땡땡이 칠 생각 한가득이지만 손 자체는 술기에 완전해진 '풀펑션'상태라고 자부하는 마음이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끝 말末자를 붙여서 보통 12,1,2월달의 인턴을 말턴이라고 칭한다. 막판이라서 말턴이라는 것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레지던트 시험에 응시할 지원서가 10월, 11월이면 마무리 되는 계절이..

자판의속삭임 2021. 4. 21. 15:20
인턴 아홉번째 턴 소아청소년과 : 캡슐침대와 우주유랑선

#1 소아과는 코로나 + 출산 저하의 강냉이 핵펀치를 맞아서 환자수가 격하게 줄어든 과 가운데 하나이다. 코로나 여파로 타격을 받은 과로 보통 이비인후과와 소아과를 고르는데 학생 실습을 돌았던 2년 전만 해도 입원병동 환자수가 꽤 되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회진준비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어마어마했기에 '도대체 회진 대기는 무엇을 위한 시간인가?' 하는 고민에 휩싸였었던 것이 떠올랐다. 실습을 도는 본3, 본4의 주된 일은 '대기'라고 말했을 때 반박할 수 있는 본과생이 아마 별로 없을 거다. 과제도 실습시험도 강의도 모두 있지만 역시 짱박히거나 복도에 우두커니 쭈뼛쭈뼛 서서 대기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무도 학생을 신경써주지 않고 외롭고 뻘쭘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인턴이 되어보니 옆에서 무심하게..

자판의속삭임 2021. 2. 12. 15:01
인턴 여덟번째 턴 비뇨의학과 : 신사들의 산책

#1 비뇨의학과는 흉부외과와 더불어서 아마 전국에서 가장 전공의가 부족한 수술과 중에 하나일 것이다. 말하자면 기피과인데 기피과가 된 이유는 '비뇨'라는 과 이름에 대한 인식도 한몫했을 테고, 보험이나 진료범위와 같은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비뇨기과에서 비뇨의학과로 바뀐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과 이름을 다시 바꿀지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을만큼 고민이 많아보였다. 예전에 피부비뇨가 붙어있을 때에도, 바이탈과들이 강세였더 시대에도 비뇨는 그래도 꽤 실력 좋은 사람들이 가는 과였다는 이야기가 호랑이 구름과자 시절처럼 아롱아롱 돌아다닌다. 결국에는 전공의들의 숫자가 줄다보니 업무의 강도가 점점 올라 지원자가 적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었고 이제는 과장되는 교수님이 구인 사이트에 고민 말고 비뇨의학과로 ..

자판의속삭임 2021. 2. 10. 11:11
인턴 일곱번째 턴 파견병원 정형외과 : 선별검사소

#1 정형외과가 보통 수부(손), 족부(발), 고관절(엉덩이), 무릎, 어깨와 같은 식으로 파트를 구분하고 그 파트 중에 몇 개씩 나누어 인턴을 배정하는 식인데 이번에는 운 좋게 병동파트에 배정되었다. 병동파트는 손이 부족할 때 다른파트를 보조하고 나머지 각 파트의 인턴들이 수술방에서 빙빙뺑뻉이를 돌고 있을 때 병동의 콜과 여타 잡일을 맡는 식스맨 같은 역할을 한다 말이 좋아 식스맨이지 바쁠 때는 병동과 수술방 양쪽을 오가며 정신없이 콜을 받는다는 점에서 욕받이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래도 정형외과에 익숙해졌고 인턴술기도 꽤 손에 올라왔기에 일을 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익숙해진 일보다도 같이 일하는 동기들이 마음에 정말 잘 맞아서 즐거웠다. 파견병원 특유의 좁아터진 당직실 + 맛없는 점심 도시락을 펼..

자판의속삭임 2021. 2. 4. 15:16
이전 1 2 3 4 5 ··· 11 다음
이전 다음

Blog is powered by Tistory / Designed by Tistory

티스토리툴바